시집에서 읽은 시

연서시장/ 김영산

검지 정숙자 2024. 11. 23. 01:23

 

    연서시장

 

    김영산

 

 

  연신, 연신 연신내가 나를 부른다 시집 한 권이

 

  내게 흘러 들어온다 연신내역 옆에는

 

  연서시장, 연서를 쓰는 일이 생각난다

 

  연서시장 좌판에서

 

  당신을 위해 장을 보는 것이라면

 

  이 연서를 누구에게 쓰고 있나

 

  모든 연서는 장을 보는 마음

 

  내게 꼼꼼히 장을 보라고

 

  그리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번 시집의 서시 격인 「연서시장」에서 시인은 "모든 연서는 장을 보는 마음"이라고 적는다. '연신내'라는 공간적 배경은 여러 시편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시인이 혹은 시적 주체가 그곳을 자주 방문했던 곳임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이런 사실 관계는 중요치 않다. 오히려 김영산 시인이 내세운 '나'라는 시적 주체가 연신내라는 공간을 경험적 장소로 전유하면서 반복해 사유하고 감각하는 어떤 마음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는게 옳다. 연신내역 앞에 실재하는 연서시장에서 시인은 "연서를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연서시장의 '연서'에서 비롯된 일이겠다. 이는 '연신'의 부사적 쓰임인 '잇따라 반복해서 자꾸'라는 의미도 한몫한다. 거듭 반복하여 자꾸 "나를 부"르는 연신내에서 시인은 연서시장이라는 공간을 톺는다. 객관적이고 개방된 공간은 반복된 경험을 통해 안정적이고 친밀한 장소로 바뀐다. 연신내와 연서시장은 그저 그곳에 있는 공간일 따름이었으나 그곳을 반복해 찾게 되고 공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친밀한 장소가 된다. 이는 "당신을 위해 장을 보는" 마음과 교차하며 존재가 존재를 향해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어져 "모든 연서는 장을 보는 마음"이라는 선언적 진술을 가능케 한다. 애정을 담은 편지인 '연서'는 단지 연인 관계라는 협소한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일한 제목의 시에서 "지구만 한 둥근 도마 위에서/ 우리도 우주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연서시장」p.12) 일을 생각한 것처럼 '연서'는 특정 공간을 넘어 친밀함을 주고받는 장소로 확장되어 의미화된다. (p. 시 10/ 론 115-116) <이병국/ 시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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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은하태양』에서/ 2024. 11. 10. <한국문연> 펴냄

 * 김영산/ 전남 나주 출생, 1990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冬至』『평일』『벽화』『게임광』『詩魔』『하얀 별』등, 산문집『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평론집『우주문학의 카오스모스』『우주문학 선언』『우주문학과 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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