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의 램프
윤석산尹錫山
출렁일수록 바다는
頑强한 팔뚝 안에 갇혀버린다.
안개와 무덤, 그런 것 속으로
우리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어 가고
溺死할 수 없는 꿈을 부켜 안고
사내들은 떠나간다.
밤에도 늘 깨어 있는 바다.
燒酒와 불빛 속에 우리는 소멸해 가고,
물안개를 퍼내는
화물선의 눈은 붉게 취해버린다.
떠나는 자여, 눈물로 세상은 새로워진다.
젖은 장갑과 건포도뿐인 세상은,
누구도 램프를 밝힐 순 없다.
바다 기슭으로 파도의 푸른 욕망은 아나고
밀물에 묻혀 헤매는
게의 다리는 어둠을 썰어낸다.
어둠은 갈래갈래 찢긴 채
다시 바다에 깔린다.
떠나는 자여
눈물로 세상은 새로워지는가
우리는 모두 모래의 꿈을
베고 누웠다.
世界는 가장 황량한 바다.
지난밤의 별자리로 우리는 떠오르고
바다 속에서도 우리는 붉게 타오른다.
떠나는 자여, 떠나는 자여
바라보는가,
온 바다로 우리의 피가 번져올 때
달려가는 파도의 시린 등허리를,
바다에 머리를 부딪고 죽어가는 파도를,
이윽고 깨어진 채
바다는 더 깊은 바다로 침몰하고,
밤내 우리의 頭蓋骨은 물살에 씻긴다.
그러나 바라보라
우리가 헤매는 곳마다 열리는
진정한 바다를,
진정한 바다를 딛고 살아나는
파도의 푸른 발굽을.
-전문(p. 23-24)/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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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등단작'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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