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별일/ 이서화

검지 정숙자 2024. 11. 16. 00:35

 

    별일

 

    이서화  

 

 

  별일이 많은 요즘

  주위가 온통 환하다고 여긴다

  별일이란 나누어진 일이고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다른 유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별일을 별들의 일이라고 여긴다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건

  별 뜨는 하늘만큼

  맑은 날들이라고 위안으로 삼는다

  간혹 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날

  갑자기 내린 우박이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도 있듯

  별꼴 모양의 별일들

 

  그렇게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조물주의 참견이 많았다는 뜻

  보름달이 뜨고

  저 무수한 별들의 참견으로

  밤하늘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오늘과 어제가 맑았으므로

  별일이란 무수히 떠서 빛나는 것이다

 

  맑고 흐린 날

  그 속의 바탕은 다르지 않다

 

  오늘 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별이 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별일'이란 말은 '특별히 다른 일'을 뜻하는 단어이기에 별일이 많은 상황은 보통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시인이 '별'과 '일'을 분리한 후 발음이 같다는 이유에서 '별'을 '별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과 연결하자 '별일이 많은 상황'은 드물고 이상하거나 특별히 다른 일이 아니라 "별 뜨는 하늘만큼/ 맑은 날"로, "주위가 온통 환"한 "별들의 일"이 가득한 좋은 날로 탈바꿈된다. 말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그는 앞선 시에서 보았던 풍경과 감각의 확장만이 아니라 대상을 새로이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셈이다. (p. 시 40-41/ 론 130-131) <송현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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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누가 시켜서 피는 꽃』에서/ 2024. 10. 20. <파란> 펴냄

 * 이서화/ 강원 영월 출생, 2008년『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굴절을 읽다』 『낮달이 허락도 없이』『날씨 하나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