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이서화
별일이 많은 요즘
주위가 온통 환하다고 여긴다
별일이란 나누어진 일이고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다른 유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별일을 별들의 일이라고 여긴다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건
별 뜨는 하늘만큼
맑은 날들이라고 위안으로 삼는다
간혹 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날
갑자기 내린 우박이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도 있듯
별꼴 모양의 별일들
그렇게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조물주의 참견이 많았다는 뜻
보름달이 뜨고
저 무수한 별들의 참견으로
밤하늘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오늘과 어제가 맑았으므로
별일이란 무수히 떠서 빛나는 것이다
맑고 흐린 날
그 속의 바탕은 다르지 않다
오늘 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별이 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별일'이란 말은 '특별히 다른 일'을 뜻하는 단어이기에 별일이 많은 상황은 보통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시인이 '별'과 '일'을 분리한 후 발음이 같다는 이유에서 '별'을 '별別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과 연결하자 '별일이 많은 상황'은 드물고 이상하거나 특별히 다른 일이 아니라 "별 뜨는 하늘만큼/ 맑은 날"로, "주위가 온통 환"한 "별들의 일"이 가득한 좋은 날로 탈바꿈된다. 말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그는 앞선 시에서 보았던 풍경과 감각의 확장만이 아니라 대상을 새로이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셈이다. (p. 시 40-41/ 론 130-131) <송현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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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누가 시켜서 피는 꽃』에서/ 2024. 10. 20. <파란> 펴냄
* 이서화/ 강원 영월 출생, 2008년『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굴절을 읽다』 『낮달이 허락도 없이』『날씨 하나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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