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무첨(無添)/ 박산하

검지 정숙자 2024. 9. 8. 11:42

 

    무첨無添

 

     박산하

 

 

  물봉골, 산정호수

  숱한 발자국에도 수면은 구겨지지 않고

  물길은 골목으로 이어져 흐르고

 

  흰옷 입은 호수 주인

  친정 상이 났다며, 기어이 사진을 찍지 않는

 

  가을이 호수에 담기고

  호수가 만든 도토리 묵향, 접시에 담기어 손님을 맞는다

 

  백 번을 참는 호수와

  욕될 수 없다는 호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물길 아직도 단정하게 흐르는

 

  돌담장

  쪽문

  누마루가 호수에 비치고

 

  저 아랫동네 어디쯤엔

  은행나무 하나가 속을 다 내어 주고 껍질로 산다던데

     -전문(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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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 제6집 『물을 돌리다』에서/ 2024. 7. 30. <파란> 펴냄 

  * 박산하/ 2014년『서정과 현실』로 등단, 시집『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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