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그날의 바다/ 윤정희

검지 정숙자 2024. 7. 25. 01:32

 

    그날의 바다

 

     윤정희

 

 

  하나의 배경이 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바닷가를 거니는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이 되어

 

  은빛 잔물결이 노를 젓듯

  억겁의 시간 위에 흔들리는 배

  해풍에 그을린 낯선 사내

  맨발에 다부진 몸짓

  생의 그물에 걸린 야성이

  날 생선처럼 펄떡였다.

 

  바다가 펼쳐 놓은 풍경 속으로

  흠뻑 젖어드는 내게

  눈에 익은 사내는 뱃사람 앞에선

  낭만을 말하지 말라

  속, 뒤~ 빈다고~!

  목숨 걸고 배 띄워 갯바람에

  살 터지는 그날그날이

  뱃사람의 삶이라고···,

 

  거친 산맥을 넘어오다 지친 바람처럼

  한, 호흡을 내려놓은 사내의 눈에

  육신이 농기구라던 아버지모습 얼비쳐

  설움처럼 붉어지던 하루.

 

  절로 나는 들풀처럼

  달려드는 그날의 바다

  지느러미를 흔들며

  세월의 후미를 치고 든다.

     -전문(p. 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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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바다의 메일』<회원테마시 >에서/ 2024. 6. 5.<미네르바>펴냄  

* 윤정희/ 2016년 『문파』로 시 부문 & 2017년 『문파』로 수필 부문 등단,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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