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龜裂
김민부(1941-1972, 31세)
달이 오르면 배가 곯아
배곯은 바위는 말이 없어
할 일 없이 꽃 같은 거
처녀 같은 거나
남몰래 제 어깨에다
새기고들 있었다
징역 사는 사람들의
눈 먼 사투리는
밤의 소용돌이 속에
피 묻은 푸른 달빛
없는 것, 그 어둠 밑에서
흘러가는 물소리
바람 불어···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것의 의미는
저승인가 깊고 깊은
바위 속의 울음인가
더구나 내 죽은 후에
이 세상에 남겨질 말씀인가
-전문-
▶ 시인은 생의 밑바닥을 흐르는 고뇌와 마주서야 한다(발췌)_김정자/ 시인 · 문학평론
이 작품은 시인의 나이 17세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우리는 16세 때 라틴어 시로 일등상을 타게 된 프랑스의 아르뚜르 랭보만을 천재 시인이라 일컬어 왔지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균열」 같은 시를 써서 신춘문예에 당당히 당선된 김민부를 잊은 지 오래인 것이 아닌지.
균열을 말함은 부조리와 부조화를 면치 못한 우주의 고통스런 분리와 파멸을 의미함이다. 시인은 그 균열의 틈 사이를 뚫고 저 깊은 바닥에 고인 울음을 본다.
바위 속의 울음은 인간의 근원적인 우수이며 번민이며 고통이다. 31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는 짧은 생애 동안 절묘한 언어들로 직조된 아름다운 시들을 쏟아내고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었다. 시인은 '죽은 후'에 세상에 남겨질 말씀을 우리들에게 미리 남겨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p. 시 40/ 론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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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4-2월(660)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에서
* 김민부金敏夫/ 부산 출생(1941-1972, 31세) 어릴 적 이름, 김병석金炳錫, 중학교 입학 시 바꿈, 1962년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56년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부문 「석류」 & 195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부문 「균열」로 등단, 1957년 첫 시집『항아리』 발간
* 김정자/ 1943년 경남 통영 출생, 1990년 『월간문학』으로 평론 부문 & 2011년 『창조문학』 으로 시 부문 등단, 저서『한국근대소설의 문체론적 연구』외 10권, 시집『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는 날들』외 7권, 장편소설『내 시간의 푸른 현鉉』, 에세이집『내 생애 아다지오 논 몰토』// 아호: 월운月芸,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 학위, 독일 뮌스터(Muenster) 교환교수로 1년간 근무, 현)부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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