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검지 정숙자 2024. 4. 16. 01:57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청주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

 

 

  무덤은 종족과 사회집단마다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존성이 강해서 그 분포 범위와 이동 경로는 그들의 역사를 실증해 준다. 우리나라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무덤 양식이 나타나는데 청동기시대의 일반적인 무덤은 고인돌이었다. 비슷한 시기의 석관묘옹관묘, 그리고 돌무지무덤, 돌방무덤,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변화하면서 나라마다의 특징을 나타내고, 여기에 순장의 풍습과 풍수도참사상이 더해졌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로 만들어진 돌무덤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 하고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라 쓴다. 예전에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지석묘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고 지금도 전국 각지의 문화재 명칭에 함께 쓰이고 있다. 이밖에 석붕石棚, 대석개묘大石蓋墓, 괸바위, 괸돌바위, 고엔돌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인돌을 죽은 사람을 뜻하는 고인故人의 돌로 해석하는 글을 보고 웃음이 난 적이 있다. 고인돌은 말 그대로 괸돌이다. 학창시절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돌멘과 멘히르(Menhir)를 간혹 혼동하였는데 멘히르는 선돌立石이다. 이집트나 아프리카 대륙에 분포하는 피라미드(PyraMid), 오벨리스크(Obelisk)와 같은 석조물과 환상열석으로 번역되는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 프랑스 카르낙의 열석列石 등이 모두 거석문화의 산물이다.

  고인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무덤 형태이지만 분포지역을 보면 거의 세계적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프랑스 · 스페인 · 튀르키예 등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적인 분포권에서 가장 밀집된 곳이다. 중국 서부의 티베트, 쓰촨四川, 깐수甘肅 지역과 동부의 산둥山東반도와 랴오닝遼寧, 일본 규슈九州 북서 지방과 같은 해안 지대에서도 발견되지만, 중심지역은 바로 우리나라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4만여 기에 이르는 고인돌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전북 고창과 전남 화순, 그리고 인천 강화에 분포하는 고창 · 화순 · 강화의 고인돌유적(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은 밀집 분포나 형식의 다양성에 있어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이며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인돌은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으로 인정되어 2000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인류문화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고창 · 화순 ·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기원전 1천 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장례 및 제례를 위한 거석문화 유산이며, 세계의 다른 어떤 유적보다 선사시대의 기술과 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을 통과하였다. (p. 238-240) / (※ 전문: p. 23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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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4-봄(70)호 < 기획연재/ 세계문화유산 산책· 9>에서

  * 박상일/ 충북 청주 출생, 청주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 청주문화원장, 충청북도 문화재위원장, 충북 향토사연구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