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문학 1번지 종로와 김소월
오병훈/ 수필가
종로는 서울의 행정 중심이며 600년 동안 나라의 문화와 교육, 경제를 이끌어온 고장이다. 특히 현대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광수, 최남선, 김동인, 염상섭 같은 수많은 문인이 종로에 거주하면서 문필활동을 해 왔다. 그래서 종로를 문학 1번지라 하는지 모른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김소월 또한 종로인이다. 그가 종로구 연건동 121번지 김억이 운영했던 <매문사>에 기숙하면서 1925년 12월 25일 첫 시집 『진달내꽃』을 펴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옛 지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한국문인협회 종로지회에서는 남한 유일의 소월 유적지에 1918년 3월 16일 '소월 옛집'이라는 동판을 부착하여 이곳이 소월이 거주했던 곳임을 밝혔다.
시대를 초월하여 소월만큼 사랑받은 시인이 또 있을까. 『진달내꽃』 이후 현재까지 소월시집은 『못 잊어』 『산유화』『초혼』등 이름을 달리하여 600여 종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한 시인의 시집으로 이만큼 많은 책이 나온 작가가 또 있을까. 그래서 소월을 '국민시인'이라 부른다. 소월 시집을 연구한 구자룡에 따르면 "60여 편의 소월 시를 328명의 대중가수가 노래 불러 일반인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가곡으로 작곡된 소월시만 해도 30여 편이고 영화, 연극, 뮤지컬로 각색, 무대에 올렸다.
『진달내꽃』 초판 시집은 두 종이다. 소월의 모교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진달내꽃』 초판본은 표지에 진달래꽃 원색 그림이 있다. 또 다른 이본은 표지에 그림이 없는 한성도서본으로 모두 5종이 알려져 있다. 유일본인 배재학당본과 한성도서본 4권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일괄 지정되었다.
소월이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아 왔으나 그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아직 공공기관에서 건립한 소월문학관은 없고,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병기한 소월문학관을 세웠으나 내용은 충분치 못하다. 문협 종로지회에서는 소월문학관(가칭) 건립을 위해 한국문인협회, 종로구청, 종로구의회 등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다. 소월이 종로에서 문학활동을 해온 만큼 대학이 떠난 대학로를 김소월길로, 마로니에나무가 아닌 마로니에공원을 소월공원으로 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소월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올 날을 기다린다. ▩ (p. 15)
* 사진 설명 : 종로구 연건동 121번지는 시인 김소월이 이곳에 거주하며 첫 시집 『진달내꽃』을 펴낸 명작의 산실이다. 현재 연립주택으로 바뀌었고, 벽면에 종로문인협회에서 그의 문학활동을 기리는 '소월의 옛집' 동판을 븥여 놓았다. (블로그 註: 사진은 책에서 감상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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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호『서울문학광장』 2024-1월(1)호 <서울의 문학 이야기> 에서
* 오병훈/ 1947년 출생, 1997년 『수필공원』으로 등단, 저서 『솔잎차를 마시며』『꽃이 있는 창』『초록빛 칮기』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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