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내 눈을 빛나게 한 신예 시인, 나지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4. 2. 25. 02:14

<에세이 한 편>

 

    내 눈을 빛나게 한 신예 시인, 나지환

 

     정숙자

 

 

  날이 갈수록 우체함에 꽂히는 책들이 많아진다. 잡지며 시집과 평론집, 산문집 등등 21세기의 새로운 문예부흥기가 도래했는가 싶기도 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므로 보내오는 책들을 모두 읽으려 노력하지만, 하루 24시간으로는 밤잠을 줄여도 역부족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장마철이면 홍수洪水에 건수乾水가 들어 마실 물이 귀해지듯이 정작 감동적이거나 양질의 자극을 선사하는 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기.

  『계간 파란2023-봄호에서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나지환책등을 펼친 나비를 보았다. 가파른 이론들이 섬세한 필치로 허점 없이 수렴되어 있었다. ! 하고는···. 이 시인이 앞으로 써낼 글들이 궁금하고 또 기대도 되었다. 문득 39년 저쪽에서 읽었던 아라비언 나이트 1(버어튼 版, 정봉화 역, 정음문화사, 1983, p_507.)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귀는 때에 따라서는 눈보다 먼저 사랑한다소문에 반했다라는 전구가 켜진 것이다.

  뒤이어···. 조선 중후기 시인이자 문신이었던 독서왕 백곡 김득신시를 아는 사람은 시로 사람을 취택하고 시를 모르는 사람은 명성으로 사람을 취택한다.”(『詩話와 漫錄』, 1984. 교문사, p_303.)고 짚은 금언이 기억의 땅에서 솟아올랐다. 서로 배치된 내용이지만, 또 ᄄᆞᆨ 들어맞는 톱니가 아닌가. 전자는 교통수단이 없던 때의 남녀 간 애정이 싹틈을 일컬음이요, 후자는 글눈에 대한 일침이니 영과 육을 논하는 한 켤레로서 그 아니 합당한가. 기대주 지환! (p.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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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4-봄(13)호 <사랑하는 사람들> 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공검 & 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