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검은달/ 이서윤

검지 정숙자 2024. 2. 3. 01:01

 

    검은달

 

     이서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붉은 지장을 찍고 갱도로 들어서는 남자

  탄가루가 굳은 폐를

  착암기로 뚫으며 갱도 안으로 들어섰다.

  탄가루 마시며 갱도 뚫던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앉아 있다

  지하의 열기 머금은 침목들이 헐떡일 때

  익숙한 공포가 궤도를 따라 들어왔다

  새파랗게 날 세운 공포가

  어둠의 깃 한쪽을 허물어 궤도 위로 흩뿌렸다.

  달빛처럼 차가운 정적에

  걸터앉았던 궤도가 검붉게 녹이 슬었다.

  부풀은 남자의 폐처럼

  갱도 더듬는 착암기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릴 때

  남자는 검게 부풀은 폐를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았다.

  석탄처럼 굳어가는 남자의 폐가

  조금씩 줄어오면

  가쁜 숨 몰아쉬던

  남자의 갱 속엔 검은 바람이 인다

     -전문(p. 69)

 

   * 블로그 註 :  "검은달"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옮겼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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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3-7월(403)호 <신작특집> 에서

  * 이서윤/ 2016 『시사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