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무 흡연실/ 강대선

검지 정숙자 2024. 1. 20. 01:12

 

    나무 흡연실

 

     강대선

 

 

  사내는 편집증을 앓고 있다

 

  니코틴 냄새를, 산등성이에서 스케치한 바람을, 대머리 언덕에서 맞이하는 햇살을, 옷깃을 파고드는 도둑 같은 싸늘함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내는 머지않아 뒷맛으로 흩어질 것이다

 

  나는 사내의 니코틴 냄새를 안개에 놓아주고 대머리 언덕에 있는 연초 도매상을 찾아 돈을 지불한 뒤 바람을 등지고 앉는다

 

  옷깃을 파고드는 사내의 별빛을, 황야를 한 줌의 싸늘로 흐르는 눈물을 붙잡고 사내처럼 허공을 바라본다

 

  사내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흩어진다

      -전문(p. 218)

  ---------------------

 *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시와사람_수상자/ 신작시> 에서

 * 강대선/ 2016년 『시와사람』로 등단,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푸른 나이테』『빛살무늬 눈빛』『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 손혁건  (0) 2024.01.20
디바인 매트릭스 1*/ 윤영애  (0) 2024.01.20
나팔꽃/ 이성필  (0) 2024.01.20
꽃의 이마/ 박현주  (0) 2024.01.19
파랑의 역사/ 문영하  (0)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