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팔꽃/ 이성필

검지 정숙자 2024. 1. 20. 00:56

 

    나팔꽃

 

     이성필

 

 

  가만히 보라.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노을에 마을이 물드는데,

  담벼락 오르는 꽃.

 

  가만히 들어라.

  나만 우는 게 아니다.

  밤이면 주점에 불 켜지듯,

  꽃망울 열리는 꽃.

 

  가만히 읽어라.

  나만 사는 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 나서면,

  이슬 머금고 피어있는 꽃.

    -전문(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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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리토피아_수상자/ 신작시> 에서

 *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