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이성필
가만히 보라.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노을에 마을이 물드는데,
담벼락 오르는 꽃.
가만히 들어라.
나만 우는 게 아니다.
밤이면 주점에 불 켜지듯,
꽃망울 열리는 꽃.
가만히 읽어라.
나만 사는 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 나서면,
이슬 머금고 피어있는 꽃.
-전문(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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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리토피아_수상자/ 신작시> 에서
*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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