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마
박현주
논마다 물이 그렁그렁하다
손짓하던 어린 날의 아버지처럼
심어진 모들이 수신호를 보낸다
시간의 얼룩에 기댄 창밖으로
제천역 표지판을 지날 때
강 위의 철길을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
건널 강폭이 넓어 힘센 기차도
출렁이는 소리 요한하다
철로 위는 그때에도 노란 꽃들이 피었으리라
갈 바 없는 마음을
물 댄 논에 이식한 아버지는
색을 다하면 계절이 바뀌는
꽃의 방법을 눈여겨보았겠지
한철 계절을 다녀간 꽃의 이마에서는
달아오른 쇠냄새가 난다
화단의 금계국은 매일 다른 거울로 피었다가 진다
깨진 조각을 들어 얼굴을 비춰본다
금계국 한 더미 후두둑
다 진 후다
-전문(p.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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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다층_수상자/ 신작시> 에서
* 박현주/ 2010년 『시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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