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민병도
그 길의 끝이 어딘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걸으면 걷는 대로 매 순간이 끝이었지만
아무도 가로막아선 벽을 탓하지 않았다
갈 수 없는 곳에서도 그들은 길을 보았다
수건을 두르거나 촛불이 고작이지만
뼈보다 더욱 단단한 바위마저 뚫었다
캄캄한 어둠에서도 그들은 해를 만났다
희망 하나 절망이 아홉, 작지만 뜻은 붉어
언제나 그 때 그 자리 맨손으로 이겼다
노숙의 시린 어깨를 다독이는 달빛처럼
돌아선 잎새에도 봄이 오면 비로소
떨어진 꽃잎 하나로 제 울음을 달랬다
-전문(p. 94)// 『다층』 2008-가을(39)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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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시-100> 에서
* 민병도/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슬픔의 상류』『장국밥』『원효』『고요의 헛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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