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 요나
박완호
그때 요나는, 말랑말랑한 스물이었다.
수업시간이면 맨 앞에 앉아 한밤의 치꽃처럼 흰 이를 드러내고 웃던, 운동장의 축구공처럼 어디서나 통통 튀던 요나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별이라도 헤아릴 요량이었을까 이층 난간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보다가 어린 별 하나가 지상으로 굴러떨어지는 걸 본 걸까 떨어진 별은 다시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대신 아름다운 넋이 별이 되어 반짝인다는 걸 알았을까
하늘에서 땅바닥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먼 이층에서의 낙하는 얼마나 아득했을까 언제까지라도 갓 스물로 말랑말랑하게 남을 네가 세상에 잠시 다녀갔었음을
이렇게라고 새겨주고자 하는, 날
-전문(p. 31)// 『다층』 2008-여름(38)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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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시-100> 에서
* 박완호/ 1991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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