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집이 있다/ 임태성

검지 정숙자 2024. 1. 2. 01:51

 

  그 집이 있다

 

  임태성

 

 

아무리 멀리 갔어도

되돌아오던 집,

내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데

왜 이렇게 멀어졌나

지금은 쓸쓸해진 어머니의 집

어머니는 오늘도 동구 밖을 서성이고 있다

보고잡다, 말해 뭐하겠노, 눈물 나지

자식이 떠난 바다는 적막하다

 

전화는 기다리는 사람이 먼저 한다

딱히 할 말은 없다

고맙다, 막둥아, 건강해레이

자식들 전화 한 통은 귀하고 귀하다

밥이다

아무 것도 아닌데 배가 부르다

나 살아온 걸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고생한 기억은 사라져도

자식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그립다

 

바로 오늘이다

아들이 오는 날

저녁 해가 떨어지는데

동구 밖은 아직 조용하다

너무 일찍 준비한 밥상의 밥은 이미 식었다

지나가는 발소리가 모두 아들 같은데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달은 높이 떠서

마을 밖을 내다본다

 

도시, 큰 바다는 항상 남의 집 같았다

언제 갈까

언제 갈까, 하던 아들은

나이 쉰이 훨씬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점심때 밥을 먹으러

마을을 건너와 주는

아들이 눈물나게 고맙다

    -전문(p. 14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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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문학』 2023-겨울(5)호 <해외신작특집> 에서

* 임태성/ 제8회 『미주가톨릭문학』 시부문 신인상, <달라스한인문학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