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있다
임태성
아무리 멀리 갔어도
되돌아오던 집,
내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데
왜 이렇게 멀어졌나
지금은 쓸쓸해진 어머니의 집
어머니는 오늘도 동구 밖을 서성이고 있다
보고잡다, 말해 뭐하겠노, 눈물 나지
자식이 떠난 바다는 적막하다
전화는 기다리는 사람이 먼저 한다
딱히 할 말은 없다
고맙다, 막둥아, 건강해레이
자식들 전화 한 통은 귀하고 귀하다
밥이다
아무 것도 아닌데 배가 부르다
나 살아온 걸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고생한 기억은 사라져도
자식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그립다
바로 오늘이다
아들이 오는 날
저녁 해가 떨어지는데
동구 밖은 아직 조용하다
너무 일찍 준비한 밥상의 밥은 이미 식었다
지나가는 발소리가 모두 아들 같은데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달은 높이 떠서
마을 밖을 내다본다
도시, 큰 바다는 항상 남의 집 같았다
언제 갈까
언제 갈까, 하던 아들은
나이 쉰이 훨씬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점심때 밥을 먹으러
마을을 건너와 주는
아들이 눈물나게 고맙다
-전문(p. 14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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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문학』 2023-겨울(5)호 <해외신작특집> 에서
* 임태성/ 제8회 『미주가톨릭문학』 시부문 신인상, <달라스한인문학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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