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제한
김일태
잊히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넘어져 본 이들은 안다
잊는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다시 일어서 본 이들은 안다
잊힌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위해
자리 비워준 것이기에
잊지 않으면 잃은 게 아니다
나이 든 이들에게
오랜 기억보다
금방의 기억을 먼저 지우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초과 저장되어 넘치지 않도록
신은 우리의 머리 기억용량을
200기가바이트 정도로
제한해 두었다
-전문(p. 88)
---------------------
* 『동행문학』 2023-겨울(5)호 <신작 초대> 에서
* 김일태/ 1998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부처고기』외 8권, 시선집『주름의 힘』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살은 병입니다/ 김태 (0) | 2024.01.02 |
---|---|
프리지아 멜링꼴리아/ 전희진 (0) | 2024.01.01 |
송기한_미메시스적인 뚜렷한 응시와···(발췌)/ 소금쟁이 : 박이도 (0) | 2023.12.28 |
귀농/ 고영 (0) | 2023.12.28 |
마침내/ 서경온 (0) | 2023.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