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
김효운
온몸이 날개인 것들이 있다
가는 뼈대를 세워주고
골다공증 예비하듯 밥을 먹인다
먹인 밥 또 먹인다
바람을 타기엔 질긴 것이 좋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씌우는 소망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처럼 짧게,
숨통 틔우듯 가슴 복판을 뻥, 틔우고
아끼는 것일수록 목줄을 매야 한다니
무명실을 얼레에 감고
바람 부는 벌판으로 나간다
내게서 태어난 솔개 한 마리
먼 하늘로 향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연은 잘 비워야 공중으로 난다. "온몸"이 날개가 되려면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뼈가 비어야 한다. 우리는 물론 그런 새의 뼈와 같은 것을 직접 만들지는 못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가는 뼈대"를 만들어 비움을 품을 수 있는 "온몸"을 만든다. 그리고 이 비움을 튼튼하게 하려고 "밥"을 먹이고 "먹인 밤"을 "또 먹인"다. 이래야만 연은 바람을 잘 탈 수 있다.
완성된 연을 가지고 화자는 "바람 부는 벌판으로 나"가서 연을 날린다. 화자는 이때 직감한다. 연줄을 멘 연이었지만 결국 하늘로 연이 날아갈 것을 말이다. "내게서 태어난 솔개 한 마리// 먼 하늘로 보낸다"는 그에 대한 담담한 진술이다. 연은 비움을 품었기 때문에 하늘의 풍요 속으로 떠나는 사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연을 날리는 화자의 손에는 비움을 품은 뼈대로 만든 연이 남긴 손안의 감각을, 그 리듬을 깊이 기억하게 된다. (p. 시 19/ 론 116) (김학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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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붉은 밤』 에서/ 초판 1쇄 2023. 7. 20. & 초판 2쇄 2023. 9. 1. <시산맥사> 펴냄
* 김효운/ 2020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목련틀니』, <바람시 문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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