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망델브로 집합
이시경
왜 세상이 활활 타오르는지 알 듯합니다
우리는 실수와 허수로 이루어진 우주 위의 한 점
숱한 점들이 회오리 속에서 반복될 때 모습이 드러납니다
끝없이 나타나는 징후들
당신의 몸이 온통 전갈의 꼬리로 뒤덮여 회오리치고
여기저기 무진장 많은 뱀이 똬리를 튼 채 혀를 날름거리고
낚싯바늘 같은 당신의 손이 빈 곳을 찾아
번득이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아이들의 잘못이 순전히 우리 탓인 것은
어느 부분을 확대해도 비슷한 양태가 반복되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속성을 수식 속에 숨겼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이곳에 남긴 숱한 점들
그 속에 있는 불꽃과 가시 돋친 절규들이
자녀들에게 거듭 나타나는 것은 무슨 은유입니까
저 몰려오는 먹구름 속에는 또 어떤 상징이 숨겨져 있습니까
뭇 사람들이 각 처소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은
우리 몸속에서 바이러스의 빨판이 있기 때문인가요?
-전문(p. 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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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2-여름(38)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이시경/ 2011년 『애지』로 등단, 시집『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아담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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