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當然
김정웅
벚꽃 잎이 중력을 비껴 나갈 때
바람이 무심코 바람을 향할 때
심장이 무거워집니다
잠시 놓쳤던 마음을 다시 잡았던가요
가로등이 비추던 길이
벚꽃 그늘로 덮어지면
눈은 깊어만 갑니다
잊었던 색깔을 다시 구별할 수 있게 된 나는
더 이상 가벼운 약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들러 본 거라는
가벼움을 가장한 무게 있는 안부를
주머니에 넣어 주고 가던 당신 때문에
어제의 질량도 이미 평균보다
불어나 버렸습니다
손거스러미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플까 봐,
건드리지 못하는 나약함이
누구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퇴적합니다
우리를 연결하는 질긴 탯줄을
물고 날아가는 새의
깃털은 또 엄라나 무거울런지
가끔 문득이라고 적는 날은
탯줄이 잠시 끊어지곤 했습니다
기어이 라는 사실이 너무 무거워서
버티다 놓치려 하거나
우리에게 남겨진 하물며 라는 자국이
거스러미처럼 성가실 것 같을 때에도
용기가 없어서 떼어내지 못하는 까닭은
당신을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탯줄을 잡아냅니다
이번 생의 명찰이 불려지는 동안은
붙잡고 있을 생각입니다
오늘도 무겁게 날고 있는 새를
토닥이는 바람 한 점
거어이 붙잡습니다
당신의 감춰진 이마와
나의 드러난 이마가
닮았다고 느껴지는 속마음이
들통나려 합니다
-전문(p. 14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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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2-여름(38)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김정웅/ 2019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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