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오장_미학적 존재로 이해되는 시의 존재 의미···(발췌)/ 갈대 : 백옥선

검지 정숙자 2023. 11. 22. 01:11

 

     갈대

 

     백옥선

 

 

  작은 씨앗

  어두운 땅속

  그늘은 한아름의 무거운 짐이다

  세상 경계 저만치 보이는 틈새

 

  세월 따라 푸른 잎 속 애벌레는 자라고

  풍성하게 자란 이파리들

  한여름 밤 이야기가 된다

 

  산국 사이

  귀뚜라미 울음도 성하거니

  숨어 우는 바람 소리 아득도 하여

  창공의 철새인 양

  나도 따라 울어본다

 

  가을 깊은 호숫가에

  쓸쓸함이 피어올라

  하이얀 갈대바람에

  포자가 무진장 날리운다

     -전문-

 

  미학적 존재로 이해되는 시의 존재 의미는 예술성이다(발췌) _이오장/ 시인 · 문학평론가

  세상에 갈대를 노래한 시는 많다. 역사 속에서도 많고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다. 왜 이렇게 시인들이 갈대를 노래할까. 갈대가 가진 이미지 때문이다. 고독의 대명사, 흔들림의 전설, 사람과의 인과관계, 생활의 필수품 등 갈대가 사람과 맺은 관계는 끝이 없다. 가장 흔하고 가장 가까우며 사람의 상상을 자극하는 갈대야말로 사람 곁의 자연이다. 하여 많은 시인이 시의 소재로 갈대를 선호한다. 철학자들도 갈대와 비유하여 명언을 남기기도 하였다. 생각하는 갈대, 사유하는 갈대 등 많은 명언이 있다. 갈대는 볏과 식물로 바닷가의 습지와 강변 그리고 산골짝 냇가에도 군집으로 생태를 이룬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하여 생필품의 재료와 사유를 함께한다. 백옥선 시인도 다르지 않다. 갈대와 대화하며 삶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작은 씨앗으로 어둠의 땅속에서 솟아나 그늘의 무거움을 안고 사는 갈대, 풍성하게 자란 잎은 한여름 밤의 이야기가 된다.  그 속에 숨어 사는 바람도 아득하여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시인은 한 무리의 갈대가 되어 삶의 걸음을 걷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갈대와 똑같이 가을 호숫가에 올라 쓸쓸함을 달래고 창공의 철새인 양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그러나 움직이되 벗어날 수 없는 삶에 지쳐 창공 저쪽만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을 갈대와 함꼐 나눈다. 삶은 그렇다. 절대로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나 움직이고 움직이나 걷지 못하는 갈대의 존재를 삶에 비유하여 자신의 현재를 풀어낸 작품이다. (p. 시 36-37/ 론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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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2 - 여름(32)호 <계간평> 에서  

  * 이오장/ 전북 김제 출생, 2000년『믿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고라실의 안과 밖』『천관녀의 달』『99인의 자화상』『고발장』등 18권, 동시집『서쪽에서 해 뜬 날』『하얀 꽃바람』, 평론집『언어의 광합성 창의적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