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찌할거나 마음이여
우대식
오늘도 먼 데를
오래 바라보았으나
수평선에 눈을 맞추었으나
해가 제 몸을 다 우려 우는
다 저문 때에 대문을 닫네
사람의 말 중 가장 슬픈 단어는
사랑임을 되뇌며 묵은 나뭇잎 같은
마음의 문을 꼭꼭 여미네
눈물이 아니었다면
사람의 일엔 죄밖에 없었을 것을
지는 메꽃에 마음을 두고
문을 닫아거네 사랑도
잘못 박힌 못을 뽑아버리듯
박힌 잔가시를
살이 천천히 뱉어내듯
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마음이 몽돌처럼
둥글어질 수도 있으련만
해는 지고 사람 많은 거리에
한 사람이 없네
온 몸이 눈물이라
물의 슬픔은
물의 울음은 드러나지 않네
- 『다층』 2008-가을호 / 전문
단평> 中: "눈물이 아니었다면/ 사람의 일엔 죄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눈물에는 정화와 용서의 효능이 있다. 떠난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을 씻어서 정화시키고 용서의 마음이 되게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미움과 원망의 마음이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정화와 용서의 마음이 되게 한 것이 사랑의 눈물이 아니겠는가. 아마 눈물이 없었다면, 애증의 복합체인 사랑을 한번이라도 한 사람은 모두 가슴 아픈 죄인이 되어 평생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사람 몸은 약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생태적으로 눈물의 가죽 주머니이다. "온 몸이 눈물이라 물의 슬픔은 물의 울음은 드러나지 않네"라고 화자는 호소한다. "그러니 어찌할거나 마음이여" "잘못 박힌 못을 뽑아버리듯/ 박힌 잔가시를 뱉어내듯" 할 수 없기에 옹이진 마음을 눈물로 씻고 씻어서 몽돌처럼 둥글게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p. 시 136/ 론 137)
---------------------
* 김세영_시론 시평 산문집 『줌, 인 앤 아웃』에서/ 2023. 9. 27. <포에트리> 펴냄
* 김세영/ 2007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하늘거미집』『물구나무서다』『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서정시 선집『버드나무의 눈빛』, 디카시집『눈과 심장』
'비평집 속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금 평론집『시 읽기의 새로운 물음』/ 구름 농사 : 유재영 (0) | 2024.01.17 |
---|---|
이병금 평론집『시 읽기의 새로운 물음』/ 나비가 날아간 깊이 : 이진희 (0) | 2024.01.17 |
김세영_산문집『줌, 인 앤 아웃』/ 꽃을 통해 허공을 말하는 법: 박남희 (0) | 2023.11.25 |
무령왕의 관정(棺釘)/ 문효치 (0) | 2023.09.05 |
백제시-쿠다라 간이우편국*/ 문효치 (0) | 2023.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