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에 섞인 시>
첫눈
배홍배
"~!@#$%^&* .,#@$!%~^&"
하늘을 향해 소릴 쳤지만 대답이 없다
얇고 차갑게 쌓인 눈밭 잘린 배추 그루터기들 위로
눈가루만 소리 없이 뿌려지고 있었다.
오늘은 김장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배추밭에 나왔다.
퇴직하고 텃밭 30평을 얻어
처음 키운 배추들을 누군가 몽땅 훔쳐 갔다.
아내의 속살 같은 보드라운 흙을 뚫고 눈을 내밀던,
내 새끼들 같던 배추들이 사라졌다.
허공중을 향해 소리소리 물었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선상, 배추 가져가.
어젯밤 배추들을 뽑아 창고에 넣어 두었어.
눈 맞으면 배추 버리는 거여···."
부드러운 눈송이 같은
텃밭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내렸다.
-전문(p.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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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홍배_산문집 『내 마음의 하모니카』 2023. 9. 11. <시산맥사> 펴냄
* 배홍배/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단단한 새』『바람의 색깔』『라르게토를 위하여』, 산문집『추억으로 가는 간이역』『풍경과 간이역』『송가인에서 베토벤까지』『Classic 명곡 205』등, 오디오평론가, 사진가, 번역 활동,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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