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에 섞인 시>
신지식인 외 1편
조재형
나는 알고 있습니다. 목숨 한 그루 꺾는데 몇 발의 저주가 필요한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기도를 사다리로 사용하면 신이 낮은 데로 임할 수 있는 줄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적의 심장을 초토화시키는 데 충분한 플류토늄의 양을.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사계절을 지키는 민들레의 노란 전구를 누가 켜놓았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비수로 꽂으면 라이벌이 폭삭 무너지는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숲속의 새들은 어디서 울음을 채워 오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조명을 낮추고 어떻게 흥정을 붙여 노래방의 치마를 벗기는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갈대가 어떻게 바람과 합치하여 가을 한 철을 저술하는지는. 나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겁박으로 무지한 의뢰인들의 지갑이 몽땅 털리는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별들이 어떻게 한 눈금의 와표도 엇나가지 않고 온밤을 설계하는 지는.
-전문(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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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응和應
어른만큼 큰 아이인데 엄마가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지적知的으로 아픈 아이 같다. 엄마가 집에 가자고 하자, 아이가 돌아서 인사한다.
잘 있어!
또 올게!
근데 아무도 없다. 아니다. 키 작은 꽃이 서 있다. 아이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끄덕인다.
-전문(p.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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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형_산문집 『말을 잃고 말을 얻다』 2023. 9. 25. <소울앤북> 펴냄
* 조재형/ 전북 부안 출생,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 등, 산문집『집은 텅 비었고 주인은 말이 없다』, 현)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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