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외 1편
염화출
화산섬에 새봄이 도착했다
노인복지관 앞,
막 도착한 목련이 환하다
십 년이 지나는 동안
이곳이 나의 터전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삶은 역마라는 걸 알게 되고
인연을 맺은 지금도 또한 습濕하다
문득, 꽃은 그때 핀다
주변을 마다한 채,
저 출렁이는 햇살을 따라가면
죽은 나무에 하나둘 등붙이 걸리는 걸 볼 수 있다
바람은 또 일어서고 기어이
꽃은 내빼는 것인가
이사 올 때 옮겨온 나무
관절 마디가 토해내는 우두둑 소리
절룩이는 발가락의 통증을 체득한다
외상의 계급에 따라
새로 쓴, 연서戀書가 찌릿히게 아파오는 날,
너도,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 흔들고 떠나간다
한 잎 두 잎 목련꽃이 손을 흔든다
저 꽃 마당 나서면
어머니, 아버지,
내 손을 꽉 잡은 남편의 손길을 만날 수 있을까
꽃잎의 눈시울이 붉다
벌써 세 번의 봄이 진 치고 있다
-전문(p.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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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의 봄
주는 것이 행복한 가난한 부자도 있다
누구는 자신을 위해 우애 따위는 버리고 아우의 살점을 떼어먹고
피붙이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지만
미세먼지에 싸이고 검은 마스크에 봉인된 웃음
펴지지 않는 그늘을 드리운 봄날은 부글거리기 마련,
제 이익만 우선하는 이방인들은
자신이 조물주가 주신 흙의조각품임을 알지 못했다
공기와 물, 그 물에도 쇠가 박혀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시간이 파랗게 허물어지는 동안,
어긋난 틈새를 더는 메울 수 없다
물은 흙이 죽어야 살고
흙은 물이 죽어야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것
잘 마르지 않는 죄를 꺼내놓는 동안,
내동댕이쳐진 서랍장, 문밖에 쓰러져 있다
그녀는 내 집 안팎을 지금껏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말하듯이 이루어지는 그 허세에 눌린 것처럼
돌아갈 길이 저무는데
허기진 몸으로 태어난 그와 나는 한 핏줄
남은 날들을 버리기에는 아니, 버려진 것이 아니기를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봄볕이 잘려간 자리에
죽어서도 살아서도
형제 곁에 남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이 궁리 저 궁리 속이 부러지는 봄날은 짧게 머물다 간다
-전문(p.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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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제주 가시리』에서/ 2023. 8. 18. <황금알> 펴냄
* 염화출/ 충남 예산 출생, 1994년『문학예술』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산 아래 흐르는 산』『꽃 지면 흙이 될 사람이』『불 꺼진 화원』『등대가 있는 사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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