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의 寢床에 부치는 글
이흥식(1942-2007, 65세)
弱한 純의 體溫이
유리알 같이 맑아지는 순간.
먼 훗날을 기다리는
괴로운 時間들이 走馬燈처럼 지나가면
回復되는 花信의 記憶이 오리라.
아지랑이 아롱거린
山頂의 抒情이 흐르면
더 더욱 바쁜 季節이 오리라.
지금은
試驗中
시달린 心身이면서도
이런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不信의 객이 되었오.
純
純 아!
어서 疲勞의 地帶를
벗어나라.
어서
薰風의 입김을
내뿜으라.
나는 이렇게
꿈이 아닌
現室을 짓씹는다.
-전문--
▣ 고향의식과 실존의 서정/ 이흥식 론(발췌)_강경호/ 문학평론가
1. 이흥식(李興植)은 1942년 의사이며 장흥호생병원 원장인 이준용의 외아들로 전남 장흥군 장흥읍 기양리에서 태어났다. 장흥초등학교 44회를 졸업하고, 광주로 진출하여 광주서중학교를 졸업하였다. 이후 서울 경동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 전문의과정을 마쳤다. 군의관으로 입대하여 이동외과병원 수술실장, 포사 의무참모로 근무하다가 만기 제대하였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의학신문사> 자문위원을 하기도 했는데, 신갈을지병원에서 진료부장 겸 부원장을 역임하였다.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서울호생병원을 열어 원장을 역임하였다.
이흥식의 문학적 연대기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또한 문학과 관련된 자료 또한 유실되어 그의 문학적인 삶에 대한 자료들이 유실되어 안타깝다. 스무 살 무렵인 1962년 『자유문학』 제5회 신인상에 「당신과 나를 위한 說話」로 입상되었으나, 1968년 『현대문학』에 「전장은 뜰보다 슬프다」로 초회 추천받는다. 이후 1972년 「봄비가 내리는 강가에서」로 추천 완료되어 시단에 나온다.
그러는 사이 1965년 수도의과대학 주최 제1회 우석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 무렵은 그가 군 복무 중으로 수상 작품명이 「병원선의 봄」인 것으로 보아 그때의 체험을 시로 형상화시킨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유실되어 그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보다 세 살 아래인 고종조카 손태원(홍익대학교 교수 역임) 박사의 증언에 의하면 1965년 의대 재학중 KBS의 환자를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인 <희망등대>의 고정 시인으로 매회 이흥식의 시가 소개되었을 정도로 시에 깊이 빠져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흥식은 세계시인대회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 단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쉽게도 이흥식 시인은 2007년 65세의 일기로 일찍 타계하여 시인으로서의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생전에 시집을 낸 적이 없어 시인으로서의 그의 존재가 우리 문단에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글은 이흥식 시인의 삶과 더불어 작품세계를 규명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다행스럽게도 친척들을 통해 이흥식 시인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아쉬운 대로 작품집을 엮었으나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앞으로 연구자들에 의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2. 이흥식 시인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았다. 그가 의사라는 선만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결혼을 안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의 가족인 누님들의 성화도 잇었지만 혼자 살았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잉 제대로 보돤되지 못하고 유실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또한 작품의 발표연대를 알 수가 없어 작품세계의 흐름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 것이 이 시신은 연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의 유작인 이 시집은 대체로 작품 경향별로 구성되어 있다. (···略···)
「純의 寢床에 부치는 글」은 부제가 ' 약한 몸을 염려하면서'라고 하여 더욱 애틋한 정서가 흐르고 있다. 純이라는 여성은 몸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화자가 그것을 염려하고 있다. 몸이 약하지만 "弱한 純의 體溫이/ 유리알 같이 맑아지는 순간."은 화자가 純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 純이라는 여성이 몸이 약하지만, 화자가 그 여성을 떠올리면 유리알처럼 선명하게 맑아져 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화자가 純을 생각하는 마음, 또는 사랑의 순도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괴로운 時間들이 走馬燈처럼 지나가"는 괴로운 시간이지만, 언젠가는 "回復되는 花信의 記憶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試驗中 "이다. 시험 중이기 때문에 더 지켜보아야 한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시적 대상에게 화자는 건강을 염려하며 " 시달린 心身이면서도/ 이런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마치 절규하듯 "純/ 純 아!/ 어서/ 疲勞의 地帶를/ 벗어나라."고 외친다. 더불어 "어서/ 薰風의 입김을/ 내뿜으라."고 하는 것이다. (p. 시 227-128/ 론 112-113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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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_평론집 『서정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에서/ 2022. 9. 30. <시와사람> 펴냄
* 강경호/ 1992년『문학세계』로 평론 부문 & 1997년『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문학평론집『휴머니즘 구현의 미학』『서정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문학과 미술의 만남』『미술의 상상력을 통한 시적 발화』외, 미술평론집『영혼과 형식』, 연구서『최석두 시 연구』, 시집『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함부로 성호를 긋다』『휘파람을 부는 개』『잘못든 새가 길을 낸다』, 소리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내 마음의 소리』, 기행 에세이집『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역사와 생명의 고을, 무안』『화순누정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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