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따뜻한 파두/ 강희안

검지 정숙자 2013. 2. 18. 01:03

 

  

     따뜻한 파두

 

       강희안

 

 

  치타의 송곳니 사이로

  아말리아*의 파두 들은 적 있는가

  쿡쿡 지르는 조련사의 막대기

  단호한 구령의 마법에서 풀린다면

  바다로 뾰족하게 내민 곶

  그 간절한 기슭에 닿을 수 있겠다 

 

  누구도 바다의 악보 찢지 못하리라

  통속에 젖은 기타의 줄을 끊어 버렸으니

  멀고 먼 리스본 뒷골목에서

  치타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까지 꺼냈으니

  그대, 허랑허랑 파도치는 집시의 발목을 잡겠다

 

  함부로 기타의 통 속에서 뛰쳐나오는

  치타의 발톱을 본 일 있는가

  등을 보인 조련사의 기타

  그 서슬픈 현을 튕기다 보면

  남방으로 하얗게 뿜어 올린 젖

  그 따뜻한 물결의 무덤에 깃들 수 있겠다

 

  아무도 기타의 윤곽 잡지 못하리라

  부지불식 솟는 치타의 이빨을 뽑았거나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 마을에서

  조련의 손길 거부한 붉은 눈빛이었으니

  그대, 유랑유랑 떠도는 바다의 잔등에 오르겠다

 

 

    *아말리라: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파두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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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물고기 강의실』에서/ 2012.11.16 (주)천년의시작 펴냄

    *강희안/  대전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