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정복선

검지 정숙자 2013. 2. 15. 02:01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정복선

 

 

  통영에 가면요 동쪽 벼랑에 가보세요

  블록으로 쌓아올린 담장마다에서

  아기자기 동화를 읽을 수 있다네요

  코끼리와 바람개비가 함께 살구요

  새, 고양이, 기린, 나비가 살랑살랑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기타 치는 여인의 가락에 맞춰 피아노와 의자도

  흥겹게 노래 부른답니다

  그곳에 가면요 허접한 삶이 빨간 나팔꽃이 되구요

  바다 한번 바라다보고 담장 한번 올려다보면

  무엇이 나였는지 잊어버린다네요

  왜냐면요 그곳은 높은 곳이라서요

  바다를 향해 벼랑을 기어오르며

  옹기종기 피어난 나팔꽃들의 마을이라서요

  골목길을 따라 조금씩 허물어져 내리는 달동네라서요

  모두가 함께 허물어지고 싶어진다네요

  허물어지다가 낮고 낮은 바다가 된다네요

 

  *시집 『마음여행』에서/ 2012.11.11 <문학아카데미> 펴냄

  *정복선/ 전북 전주 출생, 1988『시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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