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벽두(劈頭)/ 박무웅

검지 정숙자 2023. 5. 18. 15:57

<권두시>

 

    벽두劈頭

 

    박무웅

 

 

  벽두부터 사람이 왔다.

  오늘 온 사람은

  작년에 왔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벽두란, 머리로 먼저 깨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머리는 겉이 깨지면 피가 나지만

  그 궁리가 깨지면 지혜가 트인다.

 

  벽두, 첫날에 올라탔으니

  이제부터 매일, 매 일에 선두다.

  벽을 깨트렸으니 밀고 나가면 된다.

  나는 새로 도착한 사람,

  벽두라서 머리가 근질거리는 사람,

  태양이 미명未明을 깨듯

  초승달이 캄캄한 밤하늘에 작은 틈을 내듯

  벽을 깨고 선두가 되는 사람,

  그는 누구인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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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3. 3월(257)호, 2쪽 <시> 에서

  *  199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패스브레이킹』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