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벽두劈頭
박무웅
벽두부터 사람이 왔다.
오늘 온 사람은
작년에 왔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벽두란, 머리로 먼저 깨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머리는 겉이 깨지면 피가 나지만
그 궁리가 깨지면 지혜가 트인다.
벽두, 첫날에 올라탔으니
이제부터 매일, 매 일에 선두다.
벽劈을 깨트렸으니 밀고 나가면 된다.
나는 새로 도착한 사람,
벽두라서 머리가 근질거리는 사람,
태양이 미명未明을 깨듯
초승달이 캄캄한 밤하늘에 작은 틈을 내듯
벽을 깨고 선두가 되는 사람,
그는 누구인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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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3. 3월(257)호, 2쪽 <시> 에서
* 199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패스브레이킹』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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