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문안 거르고 잠 든다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1. 20:27

 

 

    문안 거르고 잠든다면

 

     정숙자

 

 

  문안 거르고 잠든다면

  하루의 삶 헛되오리다

 

  장마비 몰리는 마파람 속에

  징검다리 디디듯 닿은 초저녁

 

  외로움 함께 할

  촛불을 켜고

  북향사배 올리나이다

 

  자고 깨어도 자고 깨어도

  임은 환영(幻影)처럼 물러서오나

 

  그리움은 환(幻)일 수 없어

  서러움 안은 소용돌이 길

 

  작달비 산발하며 몰리어 와도

  임의 섶에 잠기는 삶 참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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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