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1. 20:22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정숙자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임 오시면 바람처럼 떠나려오

  그 고우신 손 맞잡고

  산으로든 바다로든 세상과 멀리

 

  어느 해 여름이든 겨울날이든

  임 오시면 냇물처럼 떠나려오

  그 고우신 말씀 들으며

  섬으로든 숲으로든 세상과 멀리

 

  온갖 슬픔 아픔 엉기는,

  비바람 눈보라 안개 붐비는

  이 마을 잠시 들른 나그네같이

 

  눈부신 일곱 이랑 마침내 뜨면

  임 함께 빛 안고 떠나려오

  보이잖는 하늘뜰에 오르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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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