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살아서 못 탄 꽃가마일랑/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1. 31. 18:55

 

 

     살아서 못 탄 꽃가마일랑

 

      정숙자

 

 

  살아서 못 탄 꽃가마일랑

  죽어서 아름다이 타고 가오리

  천마(天馬)에 올라 앞서 가시는

  임의 뒤에 소첩(小妾)은 족두리 쓰고

 

  매화 모란 의지하던 밤

  구름 벗는 기러기 바라다보며

  옷고름 끝에 첩첩한 눈물

  촌각의 꿈인 듯 잊어버리고

 

  열두 문 지날 때 선운(仙雲)의 정원

  신방엔 해와 달 함께 뜬 병풍

  드리운 비단 주렴 영롱한 별들

 

  살아서 못 편 금침일랑은

  죽어서 아름다이 펴고 펴오리

  임 함께 원앙베개 불을 끄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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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