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後記)
정숙자
작문을 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마음과 정신의 표현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국어를 빛내는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국어를 빛낸다는 것은 언어의 미를 추구함과 아울러 타민족이 모방할 수 없는 조국혼을 새겨 넣음으로써 생명력을 지니게 되고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영원성까지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세계가 좁혀질수록 한국적인 것만이 세계적인 것이 되리라고 가늠하며,
저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리듬과 고유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미력이나마 다하려고 노력하였고 자기류를 지니기 위하여 이중의 창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수도자처럼 신(神)에게, 혹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영혼을 가두어 왔습니 다. 시(詩)와 신(神)과 자아(自我)가 한 덩어리가 되는 투명함 속에서만이 한 줄의 절실한 노래가 뮤우즈의 선물처럼 비쳐들었으므로 저의 작문은 저의 것이기보다 신의 것이며, 저는 다만 우리의 언어로 옮겨 적은 일을 한 데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저는 종이와 연필을 준비하기에 앞서 항상 고요를 준비하는데 정성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독이라는 내적(內的) 분위기가 고요화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고 고독을 아파하는 게 아니라 고요로서 관조하거나 환희의 념으로 섞여드는 자신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시(詩)란 문자(文字)로 피우는 꽃,
그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대할 수 없는 분들께, 언젠가, 점자시집을 선사해 드리고 싶은 소망을 간직하면서 이 작은 바램이 하늘까지 닿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어두운 곳에 더 많은 빛이 내리고 약한 곳에 더 많은 사랑이 쌓여질 때, 가슴 가슴에는 지지 않는 별이 브로우치처럼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리워서」는 저에게 제 2시집이 되는데 제 1시집의 테마인 사모(思慕)의 연작입니다. 최초의 빛이며 최후의 온기인 <사모>, 이 그리움의 필(疋)을 누추하나마 지성(至誠)으로 묶습니다. 이 시집을 내게 되기까지 마음의 의지가 되어주신 대자연과 선배님들, 그리고 묻혀 사는 주부의 둔필을 격려하여 주신 미당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출판을 흠쾌하게 맡아주신 명문당 김동구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시는 임이오니
임이여,
저의 삶이 시가 되고
시가 저의 삶이 되게
합하여 태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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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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