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3
정숙자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는 게 몸 굽히는 일인 줄 아기 난蘭은 몰랐습니다. 자라면 자랄수록 휘어지는 잎. 때 되면 곧게 일어선 줄기에서도 꽃만큼은 숙인 채 피우지 않았겠어요? 이곳에 와서 저는 많은 친구를 만났습니다만, 가장 ᄆᆞᆰ고 ᄄᆞ뜻한 벗으로는 마디게 ᄆᆞ디게 자라는 그였습니다. 잠시라도 <고요>를 잃을까 봐, 난초는 굳이 저에게 왔을 테지요? (1990. 8.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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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랑했던 난초들은 오래전 땅에 심어 줬습니다. 언제든 수명이 다할 텐데 분盆에 갇힌 채 그렇게 되리라는 게 미안했기 때문이지요. 잠시라도 대지에 서서 이슬과 바람, 햇빛과 어둠, 구름과 별들도 만나라고요.
오늘은 고유 번호 ‘No, 22-106’의 편지 ᄒᆞᆫ 통을 썼습니다.
이로써 저의 자정은
(외롭지 않은)
하루하루
톱니가 맞춰집니다
-전문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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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2-가을(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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