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0

검지 정숙자 2022. 8. 4. 01:06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0

 

    정숙자

 

 

  마지막 하나를 놓았을 때 그것은 잃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었습니다. 한 줄기의 파도가 먼바다로 돌아가 무수한 흰 꽃을 몰아오듯이, 향기와 빛과 노래들이 텅 빈 해안을 감쌌습니다. 하나뿐인 하나를 잃는다는 건, 전혀 다른 또 하ᄂᆞ의 태양이 움트는 것이었습니다. (1990.7.26.)

 

          

 

 

  “페소아는 고향인 리스본에서 죽었다. 그의 죽음 후 친구들은 그의 방에서 커다란 궤짝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초고와 단상 27,543매가 들어있었다. 생전에 페소아는 무명의 작가였다.”(페르난두 페소아/ 배수아 옮김 『불안의 서』, 2014. 봄날의책. p-799)

 

  “기나긴 연구작업 끝에, 마침내 페소아 사후 거의 50년이 흐른 1982년에야 최초로 포르투갈에서 불안의 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p-800) 책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페소아는 1888년에서 1935년까지 47년을 살고 간 사람입니다.

 

  저는 저 책을 읽고 포르투갈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저런 종잇조각, 심지어 재활용 종이 등에 적힌 메모들을 추려 책을 내고, 세계로까지 물결치게 하다니! 문학이란, 인간이란, 사랑이란, 신뢰란, 죽음이란, 죽음 너머의 시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존재하는가?

 

  맞습니다. 시간이란 50년이든 30년이든 거기 그대로 현존ᄒᆞ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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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2-7월(4)호 <시-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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