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리/ 이경림

검지 정숙자 2022. 7. 31. 03:25

 

    유리

 

    이경림

 

 

  그래, 거긴 어때, 여긴 지금 밤, 불빛에 반짝거리는 건물 유리들을 보고 있어, 그 속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와, 유리 너머에서 번들거리는 길들을 보고 있어, 안도 밖도 아닌 유리 속에서, 한사코 밖으로 눈을 주고 있는 나를 보고 있어 

 

  어둠을 배경으로 거실 유리 속의 나와, 베란다 유리 속의 나와 그 속, 거실에 서 있는 내개, 서로 물끄러미 보고 있는 장관을 보고 있어

 

  사실,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 같아, 안인 듯 밖인 듯 흔들리는 나무처럼, 한 유리의 안 밖에서 동시에 피는 한 송이 작약처럼

 

  사실 이건 꿈인지도 몰라, 내가 투덜거릴 때, 얘야 이건 꿈이 아니란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이렇게 많은 <나>라니요, 그리고 아버진 30년 전에 가셨잖아요, 무슨 소리냐, 가긴 여딜 간단 말이냐. 암만 가도 한 유리의 속이란다.

 

  겹겹 우리의 저편에서 아버지가 대답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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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2-여름(63)호 <신작시> 에서

   * 이경림/ 경북 문경 출생, 1989년『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급! 고독』외 6권, 시론집 『사유의 깊이 관찰의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