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조은
남자가 다 큰 딸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덩치가 더 큰 딸은
묵묵히 맞았다
끔찍한 욕설에도 꿈쩍 못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중년의 여자가 딸에게 매달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나도 무심코
우리가 미안해 우리가 미안해
중얼대고 있었다
두 계절 전에 이사 온 그들
등이 지표면 같고
눈은 늘 허공에 있다
딸은 인왕산 길에서
괴성을 지르면 걷는다
그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옆에는 보살펴주는 젊은 여자가 있고
둘은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집에서도 나는
골목에서 울리는 괴성을 듣고
딸의 행적을 안다
그의 엄마와
골목에서 스칠 때면
스트레스 심한 몸 냄새를 맡는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대 삶에 멈칫멈칫
한 발 들여놓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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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2-여름(63)호 <신작시> 에서
* 조은/ 경북 안동 출생, 1988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옆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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