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딱정벌레
이종수
산기슭 공원에서 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다시 몇 번을 갔어도 만나지 못했으니
사람에게만 생기는 그리움이 아니란 걸 알았지
봄 가을 겨울 몇 벌 안 되는 자켓에 달고 싶은 브로치
오래전 여름시인학교에서 장수풍뎅이를 가슴에 달고
다녔던 때가 떠올라
아이들이 부러워서 내 가슴 주위로 몰려와 진짜 살아있는 것인지
브로치인지 만져보고 싶어 했던 그것이
산책길 내내 붙어있을 때
내가 나무라도 된 것처럼 우쭐했던 생각이 나
날개를 검투박한 연미복 안에 감추었다가 진짜 날아올라야 할 때
선물 상자를 열듯이
오르골을 감듯이
덮개를 열고 날던
딱정벌레목들의 숙명 같은 것이
가슴에서 느껴지면
용감하게 사선을 넘을 수 있을 거야
너의 이름대로 가슴을 펴고
허리 꼿꼿이 앞을 보고 걸어들어갈 무대가 있기라도 하듯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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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2-여름(63)호 <신작시> 에서
* 이종수/ 전남 벌교 출생, 1998년『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자작나무 눈처럼』『달함지』『안녕, 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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