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멋쟁이딱정벌레/ 이종수

검지 정숙자 2022. 8. 2. 02:48

 

    멋쟁이딱정벌레

 

    이종수

 

 

  산기슭 공원에서 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다시 몇 번을 갔어도 만나지 못했으니

  사람에게만 생기는 그리움이 아니란 걸 알았지

  봄 가을 겨울 몇 벌 안 되는 자켓에 달고 싶은 브로치

  오래전 여름시인학교에서 장수풍뎅이를 가슴에 달고

  다녔던 때가 떠올라

  아이들이 부러워서 내 가슴 주위로  몰려와 진짜 살아있는 것인지

  브로치인지 만져보고 싶어 했던 그것이

  산책길 내내 붙어있을 때

  내가 나무라도 된 것처럼 우쭐했던 생각이 나

  날개를 검투박한 연미복 안에 감추었다가 진짜 날아올라야 할 때

  선물 상자를 열듯이

  오르골을 감듯이

  덮개를 열고 날던

  딱정벌레목들의 숙명 같은 것이

  가슴에서 느껴지면 

  용감하게 사선을 넘을 수 있을 거야

  너의 이름대로 가슴을 펴고

  허리 꼿꼿이 앞을 보고 걸어들어갈 무대가 있기라도 하듯 말이야

 

   ------------------

   * 『딩아돌하』 2022-여름(63)호 <신작시> 에서

   * 이종수/ 전남 벌교 출생, 1998년『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자작나무 눈처럼』『달함지』『안녕, 나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