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줄 알면서 구름이여
복효근
내 그렇게도 애지중지하는 나무 한 그루
그게 그리 꼭 필요한가
죽을 때 갖고 갈 건가 생각하면
그거 없이도 숨 쉬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모란이 피었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 모란 졌어도
나 오늘 밥 먹고 잘 잤다
내 그렇게 좋아하는 흰배지빠귀 울음 소리
정작 잊고 산다
아마 그 새를 만나 너도 나 좋아하니 물으면
아니 묻기도 전에 나 몰라라 도망을 갈 것이다
짝사랑이었던 것이다
뭉게구름 여인이여
여름날의 소나기 소녀여
우윳빛 새벽 안개 애인들아
죽고 못 살 것처럼 가슴 애리던 사랑아
알고 보면 외사랑이었다
외사랑 천지 짝사랑 지옥이다
그래서,
그러면 그만두랴
해탈이라도 해버려서 부질없다고 다 내팽개치랴
몇 가지 짝사랑을 증명하고도 아직
따져보고 확인해야 할 노을과 바다와 소나무와 소쩍새와
더불어 이 우주가 남았으니
내가 또 어느 무엇의 짝사랑일지도 모르니
그냥 가던 길 가기로 한다
아닌 줄 알면서 구름이여 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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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2-여름(63)호 <신작시> 에서
* 복효근/ 전북 남원 출생, 1991년『시와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꽃 아닌 것 없다』『고요한 저녁이 왔다』『예를 들어 무당거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