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배추흰나비였든가/ 정복선

검지 정숙자 2022. 7. 28. 00:49

 

    배추흰나비였든가

          최명희

 

    정복선

 

 

  삶의 골목을 한참 돌아서

  이 지상에서 만난 단 한 번의 자리

  비슷한 시기에 소녀시절을 보낸, 또 대학동창이기도 한

  고향 전주에서도 아니고 같은 문인들의 모임에서도 아닌

  '무주리조트' 사보에 실을 단편소설을 청탁한 입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본 어느 화창한 한때,

  그녀는 문장으로 치면 화려체였고 계절로 치면

  울울한 여름이었으며 그림으로 치면 샤갈이었다

  한 시간여의 이야기 중에 펼쳐 보인 작업구상

  물론 「혼불」을 쓰던 무렵이었는데도

  앉은 자리에서 말로 단편소설 세 편을 써버렸다

 

  칡넝쿨처럼 한없이 뻗어나가는 머리칼

  배추밭으로 새파랗게 출렁대는 몸, 그리고

  눈과 입에서는 하얀 꽃잎파리가 폴, 폴, 폴

  휘날렸다, 아니 아마도 그건 배추흰나비였든가

 

  그녀의 시간을 다 갉아 먹은 후 누추한 집을 버리고서

  비의秘義의 세계로 훨훨 날아간, 배추흰나비의

  한 생애!

    -전문 (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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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유 제2집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에서/ 2022. 5. 9. <지혜> 펴냄

   * 정복선/ 1988년『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선집『젊음이 이름을 적고 갔네』, 시집『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마음여행『여유당 시편』등 7권, 영한시선집『Sand Relief』, 평론집『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