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별일 시냅스 외 1편/ 김솜

검지 정숙자 2022. 7. 23. 03:21

<2022, 열린시학 제63회 신인작품상 당선작> 中

 

    별일 시냅스 외 1편

 

    김솜

 

 

  통로에 누워 봤어요?

  달리는 꽉 찬 버스

  순간 정신을 놓쳤어요

  마음들이 바닥에 쏟아졌겠죠

 

  이별하거나 장례식장엔 다녀오지도 않았어요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없어서 술에 기댔죠

  술이 발효된 기분을 실감했어요

 

  죽어보고 싶었니?

  바닥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울음이 생겼어요

  바닥이 먼저 알아봤어요

 

  좋은 사람을 계속 좋아하기 쉬울 것 같죠?

 

  손을 놓친 유리컵은 바닥을 만나 주저 없이 깨지는데

  우리는 우리를 풀지 못합니다

 

  창문에 어린 얼굴을 빗줄기가 쓸어줘요

  일침을 가하듯 번개가 반짝,

 

  잠깐 피었다 진 꽃 같은 순간입니다

  두서없는 일이 두 시간 전의 통보를 붙잡아요

 

  별일 아니라는 듯 무관심한 관심이 필요해요

  마침내 어떤 순간이 발생했을 뿐입니다

  바닥 밑에는 밑바닥

  밑바닥 밑에는 무엇이 있나요

 

  먹구름도 구름의 일족이죠

      -전문(p. 114-115)

 

    --------------------------

    Ctrl+c, Ctrl+v

 

 

  평범하다

  눈물이 희박한 상태로

  하루가, 일 년이 어쩌면 평생이 평범함에 매몰될 것 같다

  지루하다

  웃을 일이 별로인 상태로

  나와 상관없는 불협화음이 주는 불편은 밥 한 끼 더 먹는 일처럼 무의미하다

  승패는 링 위에 있고 나는 박수나 쳐주는 구경꾼

  뉴스를 듣는다

  뉴스가 전하는 행운이나 극단의 참사는 그저 관객 잎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아 무력과 무감을 씹는다

  뇌에 구름이 잔뜩 끼어 굼뜬 몸

  무명씨로 무명씨 아닌 사람들을 따라 하다 잃어버린 건 나,

  보잘것없음을 뒤집으면 무엇이 쏟아질까

  저기까지 가면 뭐가 있을까

  별일을 기대하며 별별 생각을 섬기다가

  고 아무개가 되기 전에 뭔가가

  되고 싶다

  될래

  될까

  되게 하자

  될 것 같다

  되어간다

  되어가는 중인가

  되도록 하자

  될 수 있을까

  되는 방향으로 가자

  되려는 태도가 불안이다

  되돌리기엔 멀리 왔다

  될 때를 기다리자

  될 때까지 기를 쓰자

  되도록 해를 보자

  되자 앞에서

  한 발

  또 

  한 발

  되다는 그런데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질문만 되풀이 중이다

    -전문(p. 116-117)

 

   * 심사위원 : 이지엽  하린

 

  ------------------

  * 『열린시학』 2022-여름(103)호 <제63회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에서

  * 김솜(본명,김옥희)/ 충북 옥천 출생. 배재대학교 유아교육과 & 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고려대평생교육원 시 창작과정 수료, 2019년 중랑신춘문예 시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