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권성훈_문명세 문학과 인류 생존의 법칙(발췌)/ 이 화려한 유적지 : 함성호

검지 정숙자 2022. 7. 21. 03:06

 

    이 화려한 유적지

 

    함성호

 

 

  우리의 문명은 언젠가는

  저 소실점을 향하여 소멸해갈 것이다

  성수대교를 가득 메운

  지루한 차량들의 소통불능은

  사라진 길을 질주하는 이십세기 문명의 무모를 전달한다

  이 다리 너머는 불통이고

  또 그 너머는 소통이다

  CCTV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모든 피조물의 비애   도시를 낳은 것은 자연이라는

  이 위대한 모성의 패륜

  너무 빠른 기억 속으로

  현대는 이미 박물관 속에서 빛나고

  내 생으로의 산란을 기다리는

  쥐라기의 화석 같은 타임 캡슐

  이제 미래의 기억을 저장하게 된

  오, 이 화려한 유적지를 산보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저 플로피 디스크의 깊이   비디오 게임은 조만간

  우리의 아이들을 선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아황산가스의 도시가 주는 죽음.    구사일생의 끝없는

  다리 위에서

  자기 비하적으로 구겨진 자동차를 보는 것은

  우리의 죽음을 보는 것이다

  때로는 한순간에도 몰락을 이루거니와

  우리가 우리의 발 밑에 깔린 개미의 불구를 모르듯이

  신도 인류의 피폐를 개관한다

  진보이냐, 진화이냐

  그렇다 해도

  어서 너희들의 몰락을 인식하라

     -『聖 타즈마할』 문학과 지성사, 1998

 

 

  ▶ 문명세 문학과 인류 생존의 법칙(발췌) _권성훈/ 시인 · 문학평론가

  이 시대의 생태학적 재난은 '인류세'(anthropocene)'자본세'(capitalocene)라는 새로운 담론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인류세는 2000년에 네달란드 화학자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파올 요제프 크뤼천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크뤼천은 인류세 시대를 통해 지질학적 행위자인 인간이 지구의 생물리학적 구성 형성 과정에서 지배적 힘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의 현실과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러한 개념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인류가 문명을 일구고 자본주의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자연환경을 훼손한 결과로 지구시스템 변화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의 환경 체계가 급격하게 균열된 결과 생태계의 멸종이 도래된 것으로 보았다.

  인류세 시대 인간은 자연파괴의 주체자이면서 생태변화의 희생자로서 21세기 신자본주의를 살고 있다. 거기에 파괴와 생산이라는 자본주의는 또 하나의 자연파괴의 문제를 야기하며 가공할만한 인재를 발생시킨다. 자본세를 주장한 제이슨 W. 무어는 저서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에서 지구 생태 위기의 주범으로 자본주의 담론을 문제 삼는다. 그것은 자본세를 통해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직하여 파괴하고 물질을 생산해낸 인간 문명을 지목한다. 요컨대 기후 변화와 물질적 불평등이라는 21세기 양대 난제로서 자연 결핍 장애를 가져다준 것으로 파악한다. 자본세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류 종식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지구 종말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보았다.

 

   (···)

 

  성수대교의 붕괴는 자본세를 드러내는 것으로 "우리의 문명은 언젠가는/ 저 소실점을 향하여 소멸해갈 것"을 직감한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으로 인간이 소멸해가는 '이 화려한 유적지'에서 누구든 벗어날 수 없음을 역설한다. 자본세는 바로 "사라진 길을 질주하는 이십세기 문명의 무모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 다리 너머는 불통이고/ 또 그 너머는 소통"이라는 교착상태에 와 있다. 인간이 이행해온 무차별적 건설은 "모든 피조물의 비애"를 출산했고 거기에 "도시를 낳은 것은 자연"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너무 빠른 기억 속으로/ 현대는 이미 박물관 속"에 정지되어 있는 줄 모른다. 그렇다면 "이 화려한 유적지를 산보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부터 시작된 인류는 '진보'도 '진화'도 아닌 "아황산가스의 도시가 주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문명으로 파괴된 이 세계는 '신도 인류'를 버린 세계다. 거기서 종말로 가는 인간을 향하여 "어서 너희들의 몰락을 인식하라"고 경고한다. (p. 시 179-180 / 론 175-176 (···)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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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문학』 2022-여름(144)호 <시>에서

   * 권성훈/ 시인, 문학평론가, 2000년『문학과 의식』에 시 & 2013년『작가세계』에 평론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 시작,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정신분석 시인의 얼굴』『현대시 미학 산책』등, 시집『밤은 밤을 열면서』등, 경기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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