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 극지 行 :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2. 7. 14. 19:34

 - ⟪세계일보⟫ 2022. 7. 11. |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_작품론 

 

 

    극지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사뭇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된다

 - 시집 『공검 & 굴원』 p. 19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_극지 行 작품론/ 박미산 시인  

태백산을 오르다 보면 능선 주변에 주목 군락지를 볼 수 있습니다.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천 년을 살아온 주목은 웅장하고 신비롭습니다.

우리는 아름드리 거목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함에 탄성을 지르지만, 천 년을 살아온 주목 우듬지는

극지를 향해 올라가다가 쓸쓸한 허공에 걸려 고독해집니다.

신조차 그 고독을 막아 내지 못하고 나무는 명을 다합니다.

그러나 주목은 죽었어도 한겨울에 나무 기둥과 줄기 이파리에 눈꽃을 피우며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습니다.

죽은 주목은 선 채로 의연하게 버티며 건재함을 보입니다.

고사목을 보며 시인은 사후,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욕심일까요? ▩  ⟪세계일보⟫ 2022.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