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일보⟫ 2022. 7. 11. |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_작품론
극지 行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사뭇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된다
- 시집 『공검 & 굴원』 p. 19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_「극지 行」 작품론/ 박미산 시인
태백산을 오르다 보면 능선 주변에 주목 군락지를 볼 수 있습니다.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천 년을 살아온 주목은 웅장하고 신비롭습니다.
우리는 아름드리 거목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함에 탄성을 지르지만, 천 년을 살아온 주목 우듬지는
극지를 향해 올라가다가 쓸쓸한 허공에 걸려 고독해집니다.
신조차 그 고독을 막아 내지 못하고 나무는 명을 다합니다.
그러나 주목은 죽었어도 한겨울에 나무 기둥과 줄기 이파리에 눈꽃을 피우며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습니다.
죽은 주목은 선 채로 의연하게 버티며 건재함을 보입니다.
고사목을 보며 시인은 사후,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욕심일까요? ▩ ⟪세계일보⟫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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