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모델
박승열
내 인생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지, 나는 한참 동안 그걸 고민했다
남색 가디건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수다를 떨 때
나를 보며 기시감을 느낄 사람은 누구인지
그를 내가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왜 그임을 알아채지 못했으며
모르고 있다면
왜 여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지,
내 인생의 실제 모델은 이미 죽었고 나는 그를 알 도리가 없는데 내가 그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건 이상하다
보지도 않은 걸 베끼디니
아니 베낀다기보다는
나는 나대로 행동했는데
그것이 누군가의 되풀이
벤치 앞을 걸어가다
벤치에 앉아 자기 그림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한 사람을 보고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누군가를 실제 모델로 한 내 인생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실제 모델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의 실제 모델은 나인가, 아니면 내 실제 모델인 누군가인가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천 년 전까지도
나는 이천 년 전에 그 사람 앞에서 그러했듯 지금 내 발 앞에서 굴러가는 돌멩이를 본다 돌멩이가 어디쯤에서 멈출지 나는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의 돌멩이는 씻은 듯 자취를 감춰버린다
나는 웃어버린다
그조차도 이미
이천 년 전 그의 발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듯이
-『현대시』 2022-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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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6월(390)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 박승열> 에서
* 박승열/ 2018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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