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실제 모델/ 박승열

검지 정숙자 2022. 7. 9. 01:55

 

    실제 모델

 

    박승열

 

 

  내 인생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지, 나는 한참 동안 그걸 고민했다

  남색 가디건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수다를 떨 때

  나를 보며 기시감을 느낄 사람은 누구인지

  그를 내가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왜 그임을 알아채지 못했으며

  모르고 있다면

  왜 여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지,

 

  내 인생의 실제 모델은 이미 죽었고 나는 그를 알 도리가 없는데 내가 그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건 이상하다

  보지도 않은 걸 베끼디니

  아니 베낀다기보다는

  나는 나대로 행동했는데

  그것이 누군가의 되풀이

 

  벤치 앞을 걸어가다

  벤치에 앉아 자기 그림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한 사람을 보고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누군가를 실제 모델로 한 내 인생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실제 모델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의 실제 모델은 나인가, 아니면 내 실제 모델인 누군가인가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천 년 전까지도

 

  나는 이천 년 전에 그 사람 앞에서 그러했듯 지금 내 발 앞에서 굴러가는 돌멩이를 본다 돌멩이가 어디쯤에서 멈출지 나는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의 돌멩이는 씻은 듯 자취를 감춰버린다

 

  나는 웃어버린다

  그조차도 이미

  이천 년 전 그의 발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듯이

     -『현대시』 2022-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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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6월(390)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 박승열> 에서

   * 박승열/  2018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