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그려진 접시
김지녀
눈동자가 그려진 접시를 샀다
귀는 들리는데
말을 못 하는 얼굴처럼 푸른빛을 띠는 동그란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를 거기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잠깐만, 하고
나를 잡는 손보다 더 빠르게 나를 잡아채는,
침묵
밤이 되어도 감지 않는 눈동자 위에 빨간 딸기를 올려놓았다
눈동자가 가려지니까 접시는 주변에 불과했다
주변이 어두워지며 딸기조차 보이지 않는
귀는 들리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런 밤,
접시를 만든 사람은
비어 있을 때만 보이는 눈동자를 그리며
중심을 생각했을까
귀도 입술도 없는 마음을 떠올렸을까
듣지만 말하지 않는 눈을 가진 사람은
보고 있어도 앞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살아가는 것인데
우리 앞에 항상 똑같은 접시가 놓여 있는 건
주변의 단조로움만 말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주변을 더듬으며 에둘러가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눈동자와 마주칠까 겁을 내고 있는 밤,
닦아도 닦아도 그대로인
눈동자가 그려진 접시는 접시라기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 같다
아무 말 못 했던 그때의 밤처럼,
눈동자가 깨졌던 그때의 너처럼,
--------------
* 『현대시』 2022-6월(390)호 <신작특집> 에서
* 김지녀/ 201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실제 모델/ 박승열 (0) | 2022.07.09 |
|---|---|
| 이병국_기꺼이 바닥이 되어(발췌)/ 사진 한 장의 포에트리 : 김영찬 (0) | 2022.07.09 |
| 안나프라닐/ 장석원 (0) | 2022.07.07 |
| 게으른 자의 사랑/ 김병호 (0) | 2022.07.06 |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18/ 정숙자 (0) | 202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