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의 포에트리
김영찬
A photo in spirit 나는 이 사진이 좋아 아주, 아주
좋은 사진
통기타가 사람처럼 누워 있네
사람도 기타처럼 등 기대어 누워 있네
빈 술병도 덩달아 춤추다 술기운에 드러눕고
오늘의 일정을 포기한 오디오시스템도
turn off 스위치 끄고
눕거나 눕힐 수 있는 것들의 온전한 흡착력
어떤 개 같은 날들의
개떡 같은 하루를 쓰다듬어줄 수 있다면
천정까지 무너진 지붕이 방바닥 깔고 내려와 스스로
바닥에 누울 수도 있게 된다면,
세상 편편해지라고 드러눕는 것, 그건 아닐런지 몰라
그야 생각하기 나름
시는 시인에게 아주 편한
바닥이 돼 줄까
시를 쓰자!
팔자 좋게 팔자 늘어진 시 양팔 뻗어 바닥에 닿는 시를
써보자
시답잖게 까탈 부리지 않고 누워서도 깔쭉깔쭉
죽은 듯이 쉼터로 남는
시의 행간에 끼어들어 한 시인이 살고 있는
사진 속의 단 하루가
부러워서
A photo in spirit 들여다보면
자신의 존재를 힘차게 완성한 실루엣, 맥박 뛰는 소리가
단 한 줄의 문장 속에 초점 잡혀 있다
게으름뱅이 시인의 면모가 불타는 석양 속에 담겼다
-전문-
▶ 기꺼이 바닥이 되어(발췌) _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
화자는 사진 한 장을 바라보고 있다. " A photo in spirit ", 영혼 속의 사진 혹은 마음 안의 사진. 그 안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인용하진 않았지만, 첫 연에서 "통기타"와 "사람"이 누워 있는 사진처럼 제시되어 있다. 사실이 무엇이든, 사진 속의 형상은 바닥에 딱 달라붙은 무엇인가를 재현하고 있을 테다. 그리고 이는 시인의 마음에 깃든 형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 속 형상은 하나의 시로 기능하며 메타포를 형성한다. 사진을 보며 시인은 현실과 이미지를 충돌시켜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낸다. "눕거나 눕힐 수 있는 것들의 온전한 흡착력". 그것은 바닥을 상상하는 시인이 특별한 감각에 바탕을 둔다. "어떤 개 같은 날들의/ 개떡 같은 하루를 쓰다듬어줄 수 있다"는 바닥에의 감각. 이를 통해 시인은 "천정까지 무너진 지붕이 방바닥 깔고 내려와 스스로/ 바닥에 누울 수도 있"다는 위안의 순간을 목도한다. 비록 그것이 '~다면'의 가정을 전유하고 있지만 "그야 생각하기 나름"이라서 "세상 편해지리라고 드러눕는 것"이자 "시인에게 아주 편한/ 바닥이 돼 줄" '시'를 메타포로 전환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너지는 현실이 가 닿은 저 바닥의 사유는 "시인에게 아주 편한/ 바닥"으로서의 '시'를 감각하고 그로부터 "시를 쓰자!/ 팔자 좋게 팔자 늘어진 시 양팔 뻗어 바닥에 닿는 시를/ 써보자"라는 수행의 다짐으로 나아간다. (p. 시 170-171 / 론 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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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6월(390)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 신작시/ 작품론> 에서
* 김영찬/ 2002년『문학마당』에서 등단, 시집『불멸을 힐끗 쳐다보다』『투투섬에 안 간 이유』등
* 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시 부문 &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이곳의 안녕』『내일은 어디쯤인가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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