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프라닐
장석원
그 사람, 살, 나와, 비슷합니다, 없다가 탄생했어요, 언제라도 떠날 듯해요, 아주 아팠어요, 뼈, 썩어갔지만, 내출혈 심해졌지만, 견딜 만했어요, 금방 끝날 것이니까요, 새로운 통증 후에 아름다워지겠어요 우리 슬퍼하겠어요, 무서운 현실, 속으로, 달려가죠, 혼돈도 없이 당도하겠어요, 그곳에서 우리, 소리 없이 스텝 밟으며 울며 춤도 추겠지만 저녁의 이별 앞에서, 비열, 상승하겠어요, 우리 달궈지며 울며 냉각되며, 담벼락에 볼 문지를 거예요, 깨끗해질 때까지, 문드러질, 때까지, 피, 부족할 때까지, 꽃 사이로 혈소판(처럼) 흩어져요, 떠난 사람 다시 불러와요, 가지도 못하고 얇아진 그 사람 허공에, 펄럭여요, 퍼덕이는, 물 밖의 참붕어(처럼) 비늘을 튕기며, 건너가며, 이지러진 얼굴로 돌아서며, 나, 불꽃 안에서 녹아내리는 얼굴, 지켜봐요, 사라져버린 육신과 화음 없는 울음 속에서, 나는, 발정한 개, 컥컥 녹, 슬겠어요, 부러진 슬개, 이슬처럼, 곪지 않아요, 멀리 갈 수 있을 거예요, 피로 얼룩진 몸을 뭉개듯, 팔레트의 빨강을 찍어 면상을, 기록하겠어요, 초원에 내려앉은 새벽, 누군들, 슬퍼하지 않겠어요, 그 사람 떠나지 않았다면, 내게, 두 눈, 있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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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6월(390)호 <신작특집> 에서
* 장석원/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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