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조시) 김지하 선생님을 보내면서/ 김준태

검지 정숙자 2022. 7. 4. 02:02

    <조시> 

 

    김지하 선생님을 보내면서

 

    김준태

 

 

  1970년대, 한여름에도 살얼음이 얼곤 했다

  아아 온 나라가 재갈이 물린 그 암흑의 시대

  민주주의가 검은 손가락 하나로 총구멍이 나던

  백합과 장미꽃도 제 모습을 피우지 못한 그때

  서울 한복판 컴컴한 철창 칠성판에 누워 있는

  피투성이 그대를 누가 일으켜 세워주었는가

 

  그래 있었다 당당하게 있었다 칼날 칠성판에서 

  몽둥이, 사타구니에 전기 찌르기, 거꾸로 매달아

  물 먹이기, 일본헌병대한테서 배운 고문의 유산

  젊은 그대가 고향 목포 앞바다 파도를 토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칠 때, 통곡의 노래를 부를 때

 

  칠성판에 누운 그대를 일으켜 세운 사람이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정든 땅 황토에서 태어난

  바로 김남주 시인이었다 그대가 쓰러진 자리에서

  바턴을 이어받은, 녹슨 철찰을 뚫고 들어온 사나이

  김남주가 그대를 대신해 벌러덩 칠성판 위에 누웠다

  "민주주의는 조국이 하나가 될 때"라고 피를 토하는

  1980년대의 시인 김남주가 1960년대, 1970년대의

  그대의 노래를 그대의 내일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예, 김지하 시인! 그대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필명이 본명이 된 김지하金芝河란 이름은 실제는

  김지하金地下였다고 언젠가 나에게 말해주었지요

  서울은 웬 지하실, 지하다방, 지하감방이 많느냐고

  술잔을 들며 내게 얘기한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님이여 편히 가소서 생명과 자비, 사랑과 평화가

  오동나무 오동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보랏빛 하늘로

  훨훨 가소서 먼저 간 김남주 시인을 만나면 어깨도

  두드려주시면서 안녕히 안녕히 잘 살소서 그리고

  두 쪽으로 갈라진 캄캄한 이 땅을 먼 하늘에서도

  도와주소서! 오오 민주주의에서 하나 된 나라로!

  먼 산 꽃들도 그대 그리움에  다가가 꽃이 피는!!

 

           2022. 5. 9.

      손 모아  합장!!

    --------------------

   * 『현대시』 2022-6월(390) / <추모>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