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김지하 선생님을 보내면서
김준태
1970년대, 한여름에도 살얼음이 얼곤 했다
아아 온 나라가 재갈이 물린 그 암흑의 시대
민주주의가 검은 손가락 하나로 총구멍이 나던
백합과 장미꽃도 제 모습을 피우지 못한 그때
서울 한복판 컴컴한 철창 칠성판에 누워 있는
피투성이 그대를 누가 일으켜 세워주었는가
그래 있었다 당당하게 있었다 칼날 칠성판에서
몽둥이, 사타구니에 전기 찌르기, 거꾸로 매달아
물 먹이기, 일본헌병대한테서 배운 고문의 유산
젊은 그대가 고향 목포 앞바다 파도를 토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칠 때, 통곡의 노래를 부를 때
칠성판에 누운 그대를 일으켜 세운 사람이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정든 땅 황토에서 태어난
바로 김남주 시인이었다 그대가 쓰러진 자리에서
바턴을 이어받은, 녹슨 철찰을 뚫고 들어온 사나이
김남주가 그대를 대신해 벌러덩 칠성판 위에 누웠다
"민주주의는 조국이 하나가 될 때"라고 피를 토하는
1980년대의 시인 김남주가 1960년대, 1970년대의
그대의 노래를 그대의 내일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예, 김지하 시인! 그대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필명이 본명이 된 김지하金芝河란 이름은 실제는
김지하金地下였다고 언젠가 나에게 말해주었지요
서울은 웬 지하실, 지하다방, 지하감방이 많느냐고
술잔을 들며 내게 얘기한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님이여 편히 가소서 생명과 자비, 사랑과 평화가
오동나무 오동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보랏빛 하늘로
훨훨 가소서 먼저 간 김남주 시인을 만나면 어깨도
두드려주시면서 안녕히 안녕히 잘 살소서 그리고
두 쪽으로 갈라진 캄캄한 이 땅을 먼 하늘에서도
도와주소서! 오오 민주주의에서 하나 된 나라로!
먼 산 꽃들도 그대 그리움에 다가가 꽃이 피는!!
2022. 5. 9.
손 모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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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6월(390)호 / <추모>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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