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13
정숙자
저녁놀 무렵은 저의 사랑하는 시간 중에도 가장 사ᄅᆞᆼ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저녁놀 지는 시간은 당신께 드리려고 항상 비워 둔답니다. (199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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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순진한 문장과 날짜 앞에서 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 「菊花 옆에서」(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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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이 벌써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꽃”이 아닌가 하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누님 같은 꽃”이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요. 그건 분명 마음과 자세일 텐데, 제가 과연 남은 시간을 그렇게 피울 수 지울 수 있을까 하고요.
국화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꽃도 아니고, 신부의 부케로도 쓰이지 않으며 영면에 든 이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꽃이 아니겠어요? 봄여름을 다 지나 서릿ᄇᆞᆯ 속에 피었으면서도 그 미소를 영화榮華가 아닌, 위로의 자리에 머물고 가다니요.
설령, 흰색이 아닌 노란색이나 보라색 언어라 해도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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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2-여름(86)호 <신작시> 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감성채집기』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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