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56
정숙자
주소는 편지에 쓰였을 가장 아름답다// 한 통의 회답을 쓰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읽는다. 새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 짧은 말씀 따뜻이 전하기 위해 시력과 공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좀 더 촌스러운 편지지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틈틈이 솎아낸 그림을 풀로 붙이고, 꼼꼼히 오린 나비도 한 마리 그 곁에 짝지어 준다. 작고 간단한 그 그림들, 그 나비들 하나라도 흩어질까 봐 담아두는 상자가 세 개 네 개는 된다.
요즘은 책을 보내오는 봉투도 색상이 다양하다. 무심할 수 없는 격조가 느껴질 때, 그 종이로는 어느 문구점에서도 살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규격봉투를 만든다. 약간 찢겼거나 심히 구겨진 부분은 camouflage로 위로해준다.
신神도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의 삶이 간혹 상처 입고 구겨졌을 때, 애써 다독여주실 것이다. 전에 없던 햇빛을 얹어주실 것이다. 그러자면 웬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저 슬픈 종이를 매만져 더 행복한 봉투가 되게 하듯이!
비평집. 산문집, 동시집, 그 외의 책들도 “잘 읽었습니다” 그 한마디 거짓 없이 쓰기 위하여 내 책상엔 문방사우가 긴장을 풀지 않는다. 특히 첫 시집에 대해선 유달리 마음을 쓴다. 정성 깃든 사인 앞에서 저자의 앞날을 축복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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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21』 2022-봄(56)호 <신작시> 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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